Χ

추천 검색어

최근 검색어

디자이너와 디자인에 대해 많은 의견과 생각이 있다.


한 때는 UX 디자인이 아주 혁신적인 디자인의 형태이며, UX는 디자인의 중심뿐 아니라 회사의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여러 가지 회의적인 평가가 겹치고, 지금은 프로덕트 디자인이 또 중요한 디자인 트렌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 브랜드 디자인도 비슷한 비중이 되어가는 것 같다. 하지만 무얼 하든 가장 하위에 있는 '디자인', 그 자체가 잘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그래픽 툴로 끊임없이 노동해야 하는 '디자인'보다 그 디자인을 바탕으로 쌓아 올린 이상적인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멋진 결과를 위해서는 항상 시간과 노력, 올바른 방향이 필요하다. 그러나 좋은 디자인은 쉽게 나오지 않고, 시공의 물리적인 한계를 초월해서 먼저 완성된 어떤 것을 쉽게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사람들에게는 2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 번째는 아주 많은 시간과 돈이 투입되어 만들어진 결과를 그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대가로 얻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디자인만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글과 대화,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잘 정리된 결과로 있어야 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노련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때로는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하기도 하고, 한 명 이상의 디자이너가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예산은 언제나 형편없이 적다.

 

당연히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는데, 디자이너의 권한조차 적다. 디자이너가 느끼는 답답함을 요리로 비유하자면, 라면을 끓이는데, 라면봉지에 있는 조리 예와 같은 모습의 라면을 원한다. 하지만 그런 고명을 얻을 재료가 없다. 게다가 그 라면의 조리 예는 내가 갖고 있는 라면이 아니라, 사오지도 않은 전혀 다른 라면의 조리 예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주문한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결과물 역시 예상할 수 없다.

 

두 번째는 자신의 비전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넘치는 자신감과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환상을 이루기 위한 디자인을 요구한다. 당연히 현재 콘텐츠와 맞지 않는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알고 있지만,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나머지, 현재 해야 될 디자인 작업을 진행하지 못한다. 디자인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아까운 시간은 계속 소모된다.

 

조금만 물어보면, 그 분명하다는 비전 역시 파도처럼 변한다. 어제는 경쟁사 A의 좋은 점, 오늘은 경쟁사 B의 좋은 점, 지금은 전혀 다른 업계의 어떤 성공 사례를 디자인에 포함시키고 싶어 한다. 디자인은 보통 지속적으로 좋아지기 마련이다. 디자인을 잘 하든 못하든, 디자인은 강가의 조약돌처럼 계속 다듬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방향이 매일 바뀌면, 디자인은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고용주나 동료나 사람들은 이 두 가지 형태의 극단적인 사례 가운데 어느 한 점에 있었다. 여러 회사를 거치고,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이 두 가지 모호함은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되었다. 스타트업이든 중견회사든 직접 디자인하지 않고, 누군가를 고용해서 디자인을 대신시키게 되면, 이 두 가지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

 

어떤 회사의 서비스와 제품에서 디자인의 비중은 라면에 넣는 건더기 수프와 같다. 사람들은 주로 라면의 국물과 라면의 면과 라면의 수프를 소비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라면에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라면의 포장지이며, 포장지에 인쇄된 라면의 면발을 덮고 있는 화려한 고명을 보게 된다. 향긋한 버섯과 탐스러운 계란이 빛나고 있고, 싱싱한 여러 가지 야채와 잘 자른 고기가 있다. 사람들이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갖는 기대는 제품을 사용하는 고통을 감수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막상 라면을 먹게되면, 건더기라고 부르는 냉동 건조된 조각들은 바닥에 가라앉아 실제로 먹을 때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건더기 수프의 무게는 전체 라면의 무게에서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라면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풍부한 고명을 원한다. 라면 포장의 조리 예는 더 나은 삶의 어떤 모습을 상징한다. 포장의 다양한 고명은 인스턴트 라면의 가장 큰 효능인 빠르고 효율적으로 저렴하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장점과 전혀 상반된 가치를 표현한다.

 

하지만 실제 디자인 작업에서 건더기 수프의 중량은 늘리는 일은 어렵다. 말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논리가 건더기 수프의 상태를 개선하는 것을 막는다. 그리고 건더기 수프의 변화가 라면의 판매량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까지의 디자인은 포장 내부의 건더기 수프와 전혀 상관없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지금은 포장 외부의 이미지가 실제 제품과 같게 디자인하는 것이 올바른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리고 실제 생활과 가깝고, 더 많이 사용되고 사용자에게 더 나은 삶을 보여주고, 경험하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으로 평가받는다.

 

대부분의 디자인은 눈으로 소비되고, 그 시간은 눈을 몇 번 깜박이는 정도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사용자는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한다.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에서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험을 디자인하는 UX 디자인이 중요하고, 제품을 총괄하는 프로덕트 디자인이 중요하고,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브랜딩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실제 세상은 자신의 머리 속에만 있는 어떤 환상을 실현하기 위해 디자이너의 노력만 강조하는 사람과 노력 없는 작업과 여유로운 연봉, 뽐내기 좋은 적당한 자리를 원하는 디자이너가 그렇게 많은지 이상할 뿐이다.


이선주 작가님의 더 많은 글 '보러가기'



더보기

이선주님의 시리즈


최근 콘텐츠


더보기

기업 탐색하기 🔍

머크 코리아

여러분만의 특별한 재능으로 머크와 함께 마법을 펼쳐보세요! 커리어 여정을 계속해서 탐험하고, 발견하고, 도전할 준비가 되셨나요? 커리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여러분처럼, 머크도 거대한 포부로 가득하답니다! 머크의 전 세계에 있는 구성원들은 과학 기술의 혁신으로 헬스케어, 생명과학, 그리고 전자소재 부문에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머크의 구성원들은 한마음이 되어 고객, 환자, 인류, 더 나아가 지구의 지속 가능함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머크가 호기심 가득한 인재를 원하는 이유랍니다, 호기심은 모든 것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니까요. 머크는 1668년 독일의 약국에서부터 시작하였으며, 화학 사업까지 확대하면서 현재 제약, 생명과학, 전자소재 세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에는 연 매출 약 30조원 (2022년 기준)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되었으며, 약 6만 4천명의 직원들이 66개국에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여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989년에 설립되어 올해로 34주년을 맞이하게 된 머크 코리아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이를 비롯해 13개의 연구소 및 공장에서 약 1,700명의 직원분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 디스플레이, 그리고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머크 코리아는 생명과학과 전자소재 비즈니스의 핵심 허브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제조/화학/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