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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듣던 말이다.

 

"언제까지 디자인할래?"

"언제까지 포토샵 붙잡고 있을래?"

 

20대 때는 이런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초급 디자이너는 어도비 툴을 쓰지만, 초짜를 벗어나게 되면 점점 MS 툴을 쓰게 된다. 연차가 쌓이면, 기획 작업을 하게 된다는 말이었다. 연차가 되면, 비주얼 디자인은 하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는 말이었다. 이런 말은 중견회사에 다닐 때는, 프로그래머도 비슷한 말을 했다. 승진을 해서 부장, 과장이 되면, 실무는 하지 않는다. 30대가 돼서 회사의 부장이 된 친구는 실무를 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난 기획이 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기획이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20대의 나에게 기획서는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만들라고 해서 만들고, 별다른 의미 없이 그저 팽창하기만 하는 문서였다. 잡지를 봐도, 책을 봐도 기획은 애매한 일이었다. 소프트웨어 기획에 대한 책은 모두 뜬 구름 잡는 소리였다. 당시엔 사용성이나 UX란 말도 희미했다. 가장 기획 같았던 것은 일반 회사에서 사용하는 기획서 만들기에 대한 책들이었다. 광고회사나 영업 직군에서 만드는 기획서에 대한 책들은 배울 게 많았다. 하지만 그 기획에서 강조하는 것은 천편일률적으로 창의력이었다. 창의적인 기획서를 만들어라. 남들이 하지 않는 기획을 해라. 그런데 창의적인 웹사이트는 대부분이 기술과 미술 중심의 사이트였다. 그리고 기획을 말하는 책에서 말하는 창의란, 결국 창의적인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 웹사이트 기획서는 화면 기술서에 가까웠다.

 

기획서는 실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웹사이트와 소프트웨어를 모르는 의사 결정권자를 위한 가이드에 가까웠다. 기획서가 잘 되어 있으면, 으레 그렇게 되겠지 하고 기대하는 거대한 계약서였다. 그리고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기획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이유도 곧 알 수 있었다. 실무자는 승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중소기업 이상의 연봉을 받기 위해 기획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싫었다. 그리고 파워포인트는 더 싫었다.

 

10년이 넘게 지났다. 지금도 더 좋은 직장과 자리를 얻으려면 기획을 해야 된다는 소리를 듣는다. 지금의 기획은 아마도 비즈니스, 핵심 가치, 브랜딩과 브랜드의 성장, ROI, UX, 투자, 화면 흐름, 각종 컴포넌트의 위치, 사용자 유입, 앱과 웹, 광고, 초기 마케팅 계획, 사용자 유입 시나리오, 경고 문구 설정, 스토리텔링, QA...  아마 10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개념과 설명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는 꼭 기획자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디자이너가 어도비 툴만 잡고 있던 시대는 확실히 지났다. 디자인 툴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디자인에서 바로 제품으로 갈 수 있는, 가기 쉬운 툴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툴이 디자인을 만들고, 디자인이 툴을 만드는 순환을 통해 디자인 작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젠 무엇을 디자인해야 하는지도 명확해졌다. 디자이너의 의도를 드러내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술과 방법도 쉬워졌다. 아이디어를 웹으로 혹은 앱으로 만들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생각과 감정의 표현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디자인은 이제 비주얼 디자인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그리고 디자이너의 가치는 툴의 숙련과 그림 파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가진 관점, 생각 안에 들어있다. 디자인은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변화시키는 의미로 확장되고 있고, 디자인의 가치는 점점 더 커지면서 여러 분야로 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언제까지 할래?"란 질문은 여전히 곤란한 질문이다. 생각보다 많이 했는데, 아직 부족해서 생각보다 더 오래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우리 몸 주위에 있는 것은 모두 디자인되어 있다. 컵도, 볼펜도, 형광등도, 휴대전화도, 바닥재 유닛도, 샤워기 헤드의 구멍 배열도, 인스턴트라면의 나선 모양의 면발도 계획되고 만들어지고 있다는 의미에서는 모두 디자인되어 있다고 해도 좋다. 인간은 살아가며 환경을 만든다. 거기에 짜넣은 방대한 지혜의 퇴적 하나 하나를 깨달아가는 과정 속에 디자인의 진수가 있다. 평소에는 의식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그 지혜를 찾는 실마리를 발견하기만 해도 세상은 신선해 보인다. 
-하라 켄야, 내일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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