Χ

추천 검색어

최근 검색어

지인과 디자이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디자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나 역시 흔하디 흔한 요즘 디자이너지만, 생각해 볼만한 일인 것 같다.

 

지인은 디자인 전공이었고, 직업으로 디자이너이기도 했었다. 구인을 하는 과점에서 프로모션 디자이너와 개발 디자이너로 나누었다. 충격적인 관점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프로모션의 영역과 그의 영역은 좀 달랐다. 계속 질문을 했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하는 디자이너 구분은 디자인에 대한 태도와 업무 특성, 인성이 모두 합쳐진 표현이었다. 혹시라도 관련 작업을 하는 분을 비하하는 의도는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혀둔다.

 

프로모션 디자이너는 쇼핑몰이나 커머스에서 광고, 이벤트, 배너, 상품 소개를 만드는 디자이너였다. 비전공 디자이너도 많고, 숙련 기간도 짧다. 정해진 스타일을 주면 그 스타일대로 작업을 하고, 그 이상의 수고는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개발 디자이너는 웹사이트, 앱, 브랜드 아이덴티티, 서적, 잡지 등의 규모가 있는 디자인 작업을 해본 디자이너였다. 덤으로 개발자와의 소통도 용이한 사람이었다. 새로운 툴에도 거부감이 없고, 뭔가 더 해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성격도 원만하고, 문제 해결도 잘 하고, 일도 적당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지인은 프로모션 작업을 많이 한 디자이너와 갈등이 많았던 것 같았다. 흔히 말하는 퀄리티와 디테일에서 많은 실망을 했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답답해하는 건, 그 이상으로 좋아지지 않고 방어적이라는 점이었다. 디자이너를 구분하면서 굳이 작업으로 선을 그은 건 적당하지 않지만, 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경험에서는 프로모션 디자인도 쉽지 않았고, 개발 디자이너가 모든 작업에서 유용한 것은 아니었다. 디자인 업무는 항상 노동과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상황에 맞는 처리 방법이 있었다. 좀 더 중립적인 표현으로 나누려면, 열린 디자이너와 닫힌 디자이너가 적절한 표현이었다.

 

'닫힌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하면서 매번 같은 작업, 같은 스타일, 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어떤 회사에서는 그런 근면한 반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디자인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이유가 된다. 디자인이 항상 창의적인 작업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자인은 점점 더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닫힌 디자이너의 작업이 성장하는 속도는 느리다. 스타일은 잘 바뀌지 않는다.

 

'열린 디자이너' 흔히 말하는 풀스택 디자이너일 수 있지만, 나는 디지털 디자이너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환경에서는 그래픽 디자인 툴이 점점 쉬워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툴을 쓰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전문적인 영역의 디자인은 존재하지만, 캐주얼하게 다양한 디자인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사람은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데, 닫힌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전문적인 영역을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방어적이다. 에이젼시든 출판사든 중견 회사든 어느 위치에 있어도 필요하면, 연구하고, 연습할 수 있다. 지인이 느낀 답답함은 이 부분에서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지인이 말한 그런 디자이너를 몇 명 만나 짧은 기간 동안 함께 일했다. 그들이 작업했던 환경과 상황을 들어보면 대개 이런 경우였다. 비전공이며, 짧은 재교육 기간을 거치고, 디자인 작업을 함께 하는 상급자나 동료 없이 바로 실무에 투입되었다. 완성된 웹사이트의 운영이나 관리를 맡아 때때로 바뀌는 정해진 이미지를 바꾸었다. 그들이 과거 일했던 환경에서는 '더 잘'이라는 요구만 있었지 더 잘하기 위한 지원은 없었다.

 

게다가 일은 많고, 급료는 적었고, 업무 환경은 스트레스로 가득한 위치에서 시작했다. 뭔가 시도해도 돌아오는 것은 냉소였고, 시간이 갈수록 의욕도 점점 사라졌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럴 기회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디자인은 회사에서만 하는 '일'이었다. 재미는 '1'도 느낄 수 없고 퇴근하면 다시 보기도 싫은 일이었다. 업무효율이 개인의 특성이나 의지보다 우선되는 직장이었다. 그렇게 점점 '닫힌 디자이너'가 되었다.

 

구글 검색만 하면, 멋진 디자인이 많이 나온다. 이름난 디자이너들이 훌륭한 말을 한다.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의 작업이나 같이 일해봤다는 풍문으로 '그렇지 않다' 하기도 한다. 그게 정답이다. 그들은 적어도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하고 더 많은 말할 꺼리도 만들어낸다. 그래서 지금 부족한 면이 있어도 뭔가 더 나은 걸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해야 한다. SNS에 그냥 올리는 말이라도, 좋은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너무 피곤하고, 귀찮아도 말이라도 해야 한다. 나는 너무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20대 때에 읽은 자기 개발서를 많이 읽었다. 아주 많이 읽은 후에 대부분이 말잔치라는 것을 알았지만, 공통적인 몇 가지 부분은 진실이라고 본다.

 

그건 내가 당장 할 수 없어도 '그렇게 써보는 것이었다.' 예전엔 다이어리나 수첩이겠지만, 이젠 SNS에 써 볼 수 있다. '난 좋은 디자이너 혹은 일 잘하는 디자이너 혹은 돈 잘 버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부끄러움을 잠시 이기고 생각하다 보면 논리도 생기고 이론도 생긴다. '좋아요'라도 많이 받으면 기분도 좋다. 그리고 정말 언젠가는 행동할지도 모른다. 기적적으로 정말 그런 작업을 하고, 그런 디자이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는 말을 한다. 많은 경우는 캐리어나 연봉을 위해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첫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알게 모르게 일과 디자인을 가르쳐 주는 사람인 것 같다. 요즘처럼 취업이 힘든 시대에는 누구나 빈약한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선택을 강요받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환경에 영원히 자신을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좋은 직장을 찾기 전에 좋은 사람을 찾아라. 기세 등등한 대기업이 아니라면, 면접하는 사람에게 질문을 해보자. 어떤 사람이 필요한가요? 어떤 일을 주로 하시나요? 어떤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좋은 사람이라면 대답해 줄 법한 질문이다.


ps. 그리고... 별 상관없는 말이지만, 학원에서는 주는 포트폴리오 템플릿이라도 좀 생각해보고 썼으면 좋겠다.




이선주 작가님의 더 많은 글 '보러가기'



더보기

이선주님의 시리즈


최근 콘텐츠


더보기

기업 탐색하기 🔍

넥스트챕터

About NextChapter NextChapter는 2021년 4월 “차세대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 컴퍼니(Next-generation Global Consumer Brand)“를 Vision으로 설립되었습니다. Seed 및 Series A 라운드에서 총 275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고, 현재 CPG, Living, Beauty & Personal Care 등 핵심 소비재 영역에서 15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범 첫 해 연 매출 700만 원에 불과했던 회사는 매년 고속 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2026년 연매출 75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명확한 시장의 틈(gap)이 존재하는 소비재 카테고리에서 기회를 발굴하고, 브랜드·제품·운영 전반에 걸친 체계적이고 인사이트 기반의 실행을 통해 제품의 잠재 가치를 실현합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뿐만 아니라 이미 성숙한 시장까지, 구조적인 틈이 존재하고 더 나은 실행을 통해 의미 있는 소비자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영역을 지속적으로 탐색합니다. 많은 경우 이러한 시장은 기존 레거시 플레이어들에 의해 형성되어 있으며, 변화하는 소비자 기대에 비해 혁신이나 브랜드 기준이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기회에 대해 기존 브랜드를 인수해 확장하거나, 새로운 브랜드를 직접 론칭하는 방식으로 진입합니다. 기회 발굴에서 실행, 그리고 스케일업까지 이어지는 실행 역량은 우리의 핵심 차별점입니다. 우리는 제품 개발, 그로스 마케팅, 디지털 중심 유통 채널 전반에 걸친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기회를 빠르게 실행으로 옮기고 스케일업까지 연결하는 조직을 만들어 왔습니다. 인수는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지만,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은 체계적인 운영 실행력이며, 이러한 믿음 하에 운영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Everlasting Brands는 압도적으로 좋은 제품 위에서만 만들어진다고 믿습니다. 제품 완성도에는 타협하지 않으며, 단기적인 매각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갑니다. NextChapter는 AI 기반 커머스 운영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적 기반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극단적으로 자동화된 오퍼레이션 구조를 만들어 보다 빠르고 정교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운영 시스템을 완성해 나갈 계획입니다. 우리는 ‘타협하지 않는 채용’을 원칙으로 삼으며, 전사적인 인사 정책의 중심에 Nexter Leadership Principles 를 두고 있습니다. 사람의 성장이 곧 브랜드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아래, 좋은 팀을 만드는 것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IT/정보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