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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는 미국을 너무 좋아하여, 스타벅스에 일을 해 보는 게 소원이었다.
아직도 나의 오랜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다.



학창시절부터 지금까지도 미국 여행은 나에게 꿈만 같은 존재라 그런지, 어릴 적에는 미국에 관한 모든 것이 동경의 대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시애틀에서 처음 생겨난 '스타벅스 1호점'을 방문하는 것 또한 버킷 리스트에 올라 가 있다.

어린 마음에 스타벅스에 일을 하게 되면 외국인 손님들도 많이 만나고 커피를 만드는 경험까지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 내 고향 울산에서는 길에서 흔히 외국인을 볼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스타벅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보는 것을 늘 꿈꿨지만 20살에 한국을 떠나는 바람에 그럴 기회가 없었다. 싱가폴에서는 직장 생활을 했지만 비자를 받아야 할 수 있는 외국인의 신분이었고, 그 비자 아래에서는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다시 돌아온 퍼스에서, 어딜 가나 흔히 볼 수 있는 스타벅스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꿩 대신 닭이라고, 나는 대신 퍼스에서 카페 일을 해 보고 싶었다.



시티, 노스 브릿지, 수비아코 지역에 있는 마음에 드는 카페를 생각해 놓고 이력서를 돌리러 갔다. 
사람을 당장 구하고 있지 않아도, 내 이력서를 받으면서 카페에 일한 경험이 있냐고 물어봤다. 

나는 사실 카페에 일해본 경험이 없었지만, 정말 카페에 일을 해보고 싶었다.
시티와 노스 브릿지에 위치한 카페 여러 곳에 이력서를 돌리고 집으로 돌아와 쉬고 있었는데,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

 

 

"안녕 헤더? 나는 XX 카페의 XX인데 궁금해서 그러는데, 
너 무슨 요일 일 할 수 있니?"

 

답장을 보냈지만, 한참 동안 답이 없었다. 
그래서 뭐지? 나를 뽑을 생각이 없나,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그 다음날 아침 답장이 왔다.

 

"안녕 헤더? 네가 괜찮으면 금요일 9시에 트라이얼 하러 올래? 
그냥 위에 검은색 옷 입고 오면 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간을 맞춰서 가게로 갔고 인터뷰도 없이 바로 트라이얼이 시작되었다. 
Hospitality에 경험이 많은 나였지만 살짝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할 일은 서빙을 하고, 주문을 받고, 계산을 하고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다 해야 했다.
플로어에는 나를 포함해서 총 3명. 

 

 

 

 

바빠서 음료와 음식이 나오면 바로 서빙을 해야 했고, 테이크어웨이를 하는 손님이 있으면 빵을 꺼내서 데우고 토스트까지 해야 했다. 생과일주스 오더가 들어오면 재료를 꺼내서 믹서기에 갈고 그 사이 주문한 커피가 나오면, 테이블에 올려진 번호를 보고 서빙을 해야 하고, 굽고 있던 빵도 체크해야 하고 바빴지만 정말 재밌었다. 


대부분의 손님이 서양인들이라 유쾌했고 땡큐! 그레이트! 굳! 을 연발하셨다.

가장 기억나는 손님이 있는데, 카페 밖에서 브런치와 커피를 드시는 더블데이트를 하고 계신 백인 노부부들이셨다. 커피를 서빙하는데 나보고 너 어디서 왔어? 하시길래 나 코리안인데 하니까 예전에 서울에 여행 갔었다며 말씀을 이어가셨다. 

조금 대화가 편해졌을 때쯤 나 오늘 트라이얼 중인데 사실 좀 떨려. 라고 고백을 했다.


잘 할 수 있어!라고 격려까지 해주셨고, 나중에 내 동료들한테 저 친구 정말 일 잘해! 그러니까 꼭 뽑아!라고 말을 해주고 가셨다. 


트라이얼 2시간이 끝나고 매니저가 더 남아서 일을 도와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렇게 트라이얼 첫날 2시간을 더 일했다. 바빴던 시간이 지나고 카페가 좀 조용해지고 매니저가 말하길, 다음 주부터 로스터를 주겠다고 했다. 

- 그럼 나 일 구한 거야?
- 응. 축하해 :)

경력도 없고, 커피를 만들 줄도 모르는 나에게 좋은 기회를 준 카페 매니저에게 너무 감사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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