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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껏 직장 생활하면서 겪은 외국계 회사와 국내 회사를 비교해 보려 한다. 국내 회사 경험은 신입사원 시절 2년뿐이라 국내 회사 이야기는 일부 현재 거래 중인 대기업 고객사에서 보고 관찰한 것임을 밝혀둔다.

 

 

먼저 국내 회사가 직장으로서 더 나아져야 할 점을 생각해 봤다.

 

 

국내 회사는 보고가 많다.

 

내가 거래하는 모 업체 팀장은 미팅할 때마다 그전까지 논의한 걸 정리해둔 보고서를 들고 나왔다. 미팅을 거듭할수록 그 보고서가 점점 두꺼워지더니 어느 순간 백과사전 두께가 되어있었다. 팀장은 그룹장에게 그리고 그룹장은 임원에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원이 사장에게 보고해야 의사결정이 되니 보고서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보고서가 수십 번 수정되는 건 일상이다. 보고서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반면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그렇게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재직 중인 T사 예를 들면, 1년에 한 번 비즈니스 플랜으로 10장 내외 발표 자료를 작성할 뿐 그 외에는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라도 구두로 보고하거나 이메일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보고서 만드느라 시간 보내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이렇게도 볼 수 있다. 국내 회사는 본사다. 본사는 기획을 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기능이 있으니 보고받는 사람도 많고 그에 따라 결정하는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반면 외국계 회사는 본사가 아닌 지사다. 지사는 세일즈/마케팅 오피스 역할을 많이 하며 기획이 아닌 실행에 초점을 둔 활동이 많다. 따라서 한국 주재 외국계 회사는 의사 결정 과정이 국내 회사 대비 단순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내 회사 역시 보고할 일을 줄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실제로 회사 조직 구조가 Flat 한 회사의 경우 매출 규모가 크다 하더라도 보고에 쏟는 노력이 매우 적은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국내 회사 시스템은 좋다. 하지만, 시스템으로 돌아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가 다녔던 외국계 회사는 시스템이 없다고 느낄 정도로 생각보다 많은 일을 시스템이 아닌 사람 손에 의존했다. 때로는 이러한 점이 불편했다. 내 첫 외국계 회사인 D사 예를 들어보면, 영업 비용 처리 시스템이 없었다. 엑셀로 된 보고서 양식을 채워 이메일로 매니저와 재무부에 송부했다. (물론 수년이 지나 시스템이 생겼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장점이기도 했다. 간혹 적합한 비용 처리 규정에 없어 애매한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출장에 가 지인 집에 묶고, 지인에게 숙소 비용 대신 작은 선물을 할 경우다. 애매하지 않은가? 그런 경우 매니저에게 물어보라고 교육받는다. 매니저가 판단해 애매하면 또 그 윗사람에게 묻는다. 그렇게 묻고 물어  윗사람이 해당 비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면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설사 그 판단이 잘못된 것이라도 당사자는 책임이 없다. 반면 내가 경험한 국내 L사는 비용 처리 시스템이 간편하고 완벽했다. 다만 시스템이 규정대로 운영되다 보니 비용 처리를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 팀 워크숍을 가 펜션에 묶었다. 그런데 숙소는 반드시 회사 카드로만 결제해야 했다.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카드 결제가 안 되는 펜션은 존재했고, 어쩔 수 없이 워크숍을 주도한 직원은 현금으로 결제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비용을 어떻게 돌려받았을까? 숙소 비용으로 받을 수 없어 무려 10차례에 걸쳐 그 당시만 해도 증빙을 받을 수 없었던 택시비로 돌려받았다. 회사 시스템 때문에 오히려 회사에 거짓말하게 된 셈이다. 시스템을 믿을  아니라 직원을 믿어야 하는데, 왠지 L사는 직원보다 시스템을  신뢰하는 느낌을 받았다.

 

 

국내 회사는 오너 회사가 많고, 오너의 입김이 조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오너 스타일에 회사 분위기가 좌우된다. 내가 거래하는 회사 중 두 군데는 모두 오너가 있는 회사다. 그런데 A사는 오너가 직접 경영을 하고, B사 오너는 대주주로의 역할을 할 뿐 전문경영인이 경영을 책임진다. 어떤 회사가 더 직장으로서 좋은 직장일까? B사다. 업계 내에서 가장 유연한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보고에 보고를 거듭하지도 않으며 휴가 사용도 자유롭다. 그런데 실적은 어떨까? 오너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회사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오너가 경영을 하면 장점도 있을 것이다. 내 회사인데 대충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회사라 애정이 너무 강한 나머지 회사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오너가 나서서 책임자를 색출하고 책임을 묻는다면? A사가 그런 경우인데 모든 부서는 오너의 질책을 피하기 위해 문제가 될만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 아주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고, 때로는 하지 않아도 될 업무를 하게 된다. 또 L사에서 그런 경험도 했다. 오너 지시로 그룹 내 타 계열사 제품을 우리 회사 직원 모두가 매달려 판매한 적이 있었다. 말단 사원까지 할당 양이 떨어졌고, 채우지 못하면 팀장과 면담을 했다. 재미있는 건 노조원에게는 할당이 없었다. 비 노조원 사무직에게만 그런 할당이 떨어졌다. 난 대체 이해가 안 됐다. 오너가 같다고 해도 우리 회사도 아닌데, 왜 특정 계열사 제품을 전 계열사가 나서서 팔아줘야 하는가? 반면 재직 중인 T사는 심지어 비상장 개인회사다. 오너가 3명이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오너 입김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사회 멤버로서 경영에 참여 하지만, 계열사 제품을 판매하라거나 오너가 나서서 이슈에 대해 책임자 색출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너가 손을 떼야한다는 말도 아니고, 모든 외국계 회사가 합리적인 건 더더욱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많은 사람이 국내 회사에 몸담아야 하는 여건을 볼 때 조금 더 합리적인 오너 경영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국내 회사가 좋은 점도 있다.

 

 

국내 회사가 더 성장할 기회가 많다.

 

국내 회사는 본사다. 한국 주재 외국계 회사는 지사다. 당연히 지사보다 본사인 국내 회사에 한국  자리가  많다. 따라서 성장할 기회도 더 많다. 어떻게 기회를 활용할까는 또 다른 문제다. 내가 D사에서 퇴사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가 국내 임직원 500명 규모에서 50명 이하 규모로 작아지면서 다른 일 하고 싶은 기회가 단순히 계산해 보아도 1/10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고 없고는 생각보다 엄청난 차이다. 많은 경우 한국 주재 외국계 회사는 세일즈 오피스 기능을 많이 한다. 따라서 상당히 많은 회사가 영업 및 마케팅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이 2~3프로로 낮아지면서 대부분의 산업군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한국 시장에서 기대하는 건 무리다. 그러다 보니 본사로부터 영업/마케팅 활동으로 실적 인정을 받는 것이 힘들어졌다. 따라서 한국 사람이 아시아 지역 책임자가 되는 일이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90년대만 해도 10% 가까이 한국 경제가 성장하기 때문에 영업/마케팅 실적을 인정받기가 쉬웠다. 그 당시에는 한국인도 아시아 지역 책임자가 될 기회가 많았고, 실제로 그런 분을 옆에서 많이 보았다. 반면에 국내 회사는 본사는 영업과 마케팅 외에도 다양한 부서가 있다. 꼭 영업/마케팅 부서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혹시라도 오너의 눈에 들면 급속도로 회사 내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리고 회사가 해외 진출을 준비한다면 그 기회는 더 많아질 것이다.

 

 

국내 회사도 해외 근무 기회가 많아졌다.

 

해외 근무 기회도 물론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내 회사가 요즘은 활발히 해외 진출을 하면서 외국계 회사 대비 더 많은 거 같다. 그리고 적어도 해외 근무 기회를 가지게 되면 패키지가 국내 회사가 더 좋다. 와이프 회사 역시 외국계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회사이나 해외로 발령이 나면 이주하는데 드는 비용을 실비로 지원하고 이주 정착비를 지원할 뿐, 상당수의 국내 회사가 하는 것처럼 자녀 학비와 집 렌트비를 지원하는 경우가 극소수다. 물론 우리 가족도 학비와 렌트비 지원 못 받았다. 이런 걸 Expat 패키지라 부르는데 예전에는 외국계 회사도 많은 직원을 Expat 패키지로 내보냈지만, 그런 혜택이 상당히 줄었다. L사 동기 중 한 명이 동남아에 파견 나가 있다. 당연히 Expat으로 나가 있고, 급여 외에 학비와 렌트비로 연간 1억 가까이 지원받는다고 들었다. 이건 이렇게 볼 수도 있다. 동기의 직급은 차~부장이나 현지에서 유일한 한국인 직원으로 지사장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같은 상황을 내가 다니던 외국계 회사에 대입해보면 지사장급이라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패키지다. 즉, 같은 경력이라도 국내 회사에서 해외로 파견 나간 직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포지션을 경험할 수 있고, 그만큼 높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국내 회사로 가든, 외국계 회사든, 개인 선택의 몫이라 생각한다.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해보니 난 외국계 회사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다. 특히 오너의 지시라 하여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해 보이는 결정을 따르는 건 도저히 못하겠더라. 한국 주재 외국계 회사라는 게 글로벌 대기업의 한국 지사다. 많은 국내 회사도 시간이 갈수록 더욱더 성장해 많은 나라에 지사도 운영하면서 글로벌 대기업이 된다면 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갖춰 나갈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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