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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부는 사막의 모래바람과 이내 쏟아지는 모래 비를 보니,
곧 뜨거운 계절이 다가올 모양이다


얼마 전, 전 직장 후배에게서 과장으로 승진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보통 3월이 되면 대부분의 한국 내 회사들이
지난해의 고과를 바탕으로 진급 여부가 판가름 나는 시기다


가끔 연락이 오고 가는 전 직장 선배, 동료 혹은 후배들이 아직도 나를 "김선임"이라고 부른다
(김선임이라 쓰고 팩트 폭력이라 읽는다지요)
11년을 일하고도 시니어 (간부급) 직책이 아직도 내게 허락되지 않음이
그래 한국은 원래 그런 곳이야 여자니까 어쩔 수 없었어 라며 자기 합리화를 해대며 무덤덤한 척하다가도
이내 감출 수 없는 서러움이 밀려들곤 한다


물론 한국에서의 시니어와 KOC의 시니어에는 분명 상당한 차이가 있다
대체적으로 한국에서는 시니어 (과장) 직책을 10년 이면 가질 수 있지만
KOC의 시니어는 15년 이상 20년 이상을 해야 달 수 있는 기회가 겨우 생긴다
그마저 본인 운에 따라 시니어의 운명이 좌우된다


고로 쿠웨이트라고 해서 크게 승진이나 고과에 기대는 애초부터 접어야 했다
[쿠웨이 티>>>>>>>>(넘사벽)>>>>>>>갓(God) 양인>>>>>>>>>>>>>>똥 양인=개, 고양이]라는
암묵적 (부) 등식이 성립되는, 외국인 차별과 남녀차별이 난무하고 당연시되는 이곳에서
처음부터 외국인(그것도 동양인)인 내가, 여자인 내가
한국보다 못하면 못했지 나을 것을 기대할 순 없었다


처음 KOC에 입사한 날을 기억한다
팀장을 대면하기 위해 내발로 먼저 찾아갔을 때
그는 내게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고개를 까딱이며 (나가라는 제스처)
본인이 부르면 그때 오라며 매몰차게 나를 내쫓았다(?)
아마도 그 찰나에 팀장은 웬 동양인 여자 하나가 버릇없이 무례하게 감히 제 발로 먼저오나 했을 것이다


그때의 그 눈빛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가 안산 공단에 일하고 있는 방글라데시인 인도인을 바라보는 눈빛과 아마 가장 흡사하달까
쿠웨이티에게 있어서 나는 그저 그런 외노자 (외국인 노동자) 삼국인에 불과했을 것이 뻔했다


KOC에 입사한 그 순간부터 중동이라는 문화와 환경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부터 배워야 했고
적어도 여자라고 무시받지 않기 위해,
남자들보다 못한다는 소리는 적어도 듣지 않기 위해
황새 좇는 뱁새마냥 가랑이를 찢는 성장통을 겪어가며 매일 혼자 숨죽여 그 아픔을 삭여야만 했다


수많은 미팅 속 "Lady (여자 단수) and Gentlemen (남자 복수)"의 현실에 적응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무슬림의 남자들에게는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것조차 (내가 여자이기에) 무례한 일이기에
누구나 다 악수를 하는 와중에도 혼자 멀뚱히 서 있어야 하는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


까만 얼굴의 남정네들 사이에서 어떤 형태로든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선
남(자)들보다 두 세배 이상의 일을 해내야만 했고,
남(자)들보다 더 바지런해야만 했다


나는 새벽 3:30분 매일 같은 시각에 기상을 하고
아침에 한 시간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고 아침밥을 차려 먹고는 5시 반이면 집을 나선다
출근 시간이 7시이지만 나는 늘 6시 이전에 회사에 도착을 한다.
아무도 없는 시간, 고요하고 온전한 나만의 시간 속에서 짬짬이 독서를 하거나, 아랍어 복습을 하거나,
일이 많을 때엔 그날의 업무를 미리 검토하는 습관이 생겼고 나는 그것을 즐기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업무량 대비해 상대적으로 적다며 스스로 위안했고,
Due Date (기한일)에 앞서 성과를 낸 적은 있어도 절대 그 날짜를 넘기지 않았으며
미팅 시간 10분 전에라도 먼저 도착하여 먼저 안건을 검토하는 일은 있어도
절대 지각하는 법이 없었다


KOC는 회계연도가 4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2월 말 - 3월 초에 SOP (Standard Of Performance) Rate라는 형태로 개인별 고과 평가가 이루어진다
SOP는 총 4개의 등급으로 [Outstanding - Very Good - Good (Average) - Fair]로 각각 주어진다


KOC가 한국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점들 중 하나는,
한국에서는 제일 낮은 등급의 고과를 받게 되면 감봉으로 연결이 되지만,
KOC는 제일 낮은 등급을 받게 되더라도 무조건 연봉은 (단 1%라도) 상승한다는 점이다


거두절미하고
부지런함은 늘 그렇듯 배신하는 법이 없고,
지난 1년간의 여러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아님 그런 내가 가상했는지
팀장은 내게 가장 좋은 등급은 아니지만 Very Good을 주었다
(Outstanding은 자국민에게 보통 주어지는, 이 기가 차나 비현실적 차별이 당연시되는 이곳 현실)


그러고 보니,
성격이 불같기로 악명 높은 팀장의 나를 향한 눈빛이나 말투가 확연히 부드러워진 것은 물론,
직접 업무를 지시하며 나의 업무 성과에 어떤 형태로든 지지해주고 있으며
(물론 동시에 슬프게도 원하는 팀에 어떤 핑계로든 안 보내려 하고 있지만 그 조차 나쁜 의도는 아니기에)
엔지니어 (Grade 15)에는 주어지지 않는 회사 차량까지 한국인 엔지니어들 중 유일하게 배려받았으니
나는 KOC로부터 확실히 심적, 물질적 (?) 보상을 모두 받은 셈이다


나의 한국에서의 회사 생활이 지금과 분명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했고 바지런했고 주어졌던 많은 프로젝트도 무탈하게 순항해왔다
그럼에도 늘 나의 상사는 능력은 인정하나 이해해달라는 말만 되풀이 해왔고
거진 늘 평 고과만 받아야 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만큼 보수적인 나라도 참 없다
지난 일 년 속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데에 분명 성급한 일반화일 순 있지만
말로만 능력 인정을 남발하며 결국 자기 사람 (주로 학연)을 살뜰히 챙기는 상사의 모습만 10년 봐오다가,
상대적으로 짧은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더 미개하고 보수적이라 생각했던 중동조차
피부로, 가슴으로 와 닿게 노력에 대한 실질적 인정이 무언지 보여주니 왠지 모를 쓴웃음이 났다


11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 나는 여전히 김선임이다
진급 누락으로 한국에서의 내 마지막 직책은 일말의 여지없이 선임이다
그러나 평생 이력에 시니어를 아직 달지 못했다고 해서
본인의 무능력함을 탓하지도, 서글프지도 않은 김선임이다
한 번도 가져본 적 없기에 오히려 여전히 목표로 갈망하는 김선임이다


다만 때가 되어 주어지는 타이틀 대신,
그에 걸맞은 열정과 지식(기술)과 책임을 겸비한 "진짜" 시니어가 되는 것,
그것이 KOC에서 이뤄야 할 새로운 도전이며 목표임을 아는 김선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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