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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장대비를 보니 여름 낮이다

샤워를 하고 선풍기 바람 곁에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며 시원한 빗소리를 듣다 보니

이내 한국으로 휴가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쿠웨이트로 처음 발을 들인 이후로 비록 이번이 네 번째 한국 휴가였지만 

전혀 휴가답지 않게 평소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곤

골프 배우랴 운동하랴 중국어 배우랴 동기부여에 관한 강연 하랴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몸과 머리에 많은 것을 담으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삐 움직여댔다

 

그 와중에도 부모님과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 속에서 서로를 향한 애틋함을 더 키웠고

소중한 시간을 괜한 만남으로 소모하는 대신

나를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정말이지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 했고

그 덕에 여느 휴가 때보다 스스로 만족했던 휴가였던 것만큼은 확실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눈 깜짝할 사이 빠르게도 지나가버렸고,

다시 쿠웨이트로 돌아온지도 한 달이 벌써 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한 달 새 우리 팀의 팀장도 바뀌어 있었다

언제 무엇이 바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곳은 역시나 "쿠.웨.이.트"였던 것을

가끔은 은연중에 자꾸만 잊는 가보다

 

나는 또다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운 팀장과 다시 바닥부터 다져야 할 것이고

나는 또다시 보여주기 식 퍼포먼스용으로 무언갈 새로이 보여 주어야만 하는 현실에 살짝 현기증이 났지만

그것도 잠시, [인샬:라] 재빠른 인정과 인내로 금세 나를 다독였다

 

게다가, 그토록 원하던 PSM팀으로의 전배 건은 새 팀장으로 바뀌면서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지만

새로운 팀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이전보다 더 녹록지 않았다

처음엔 그가 완고하게 안된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아두었지만,

PSM팀장과 매니저와 이야기를 하고 온 어느 날, 그는 뜬금없이 나를 찾아와 내게 물었다

 

"만약에 내가 네게 선택권을 준다면, 넌 PSM으로 가서 공정안전 일을 계속하고 싶니,

아님 이곳에 남아 새로운 일을 하면서 나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래?

당장 대답하지 말고 깊게 생각한 다음 대답해줘"

 

이내 나는 한치의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너도 알겠지만 나는 지난 10년간 한 회사에만 다녔어. 그만큼 난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신중한 사람이라고 말할게. 여자 엔지니어로 쿠웨이트로 온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내가 처음 이곳으로 오기로 결정했을 때 이미 나는 공정 안전 스페셜리스트로의 플랜과 빅 픽처를 그렸어. 지난 10년 동안 내 고민은 진즉에 끝났어. Occupational safety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야. 그 분야 역시 너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가 공부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지. 하지만 난 신입사원이 아닌 이미 지난 11년 이상 공정 안전을 해왔어. 아직도 나는 공정 안전의 분야에 배울 것이 너무나도 많아. 그렇기 때문에 난 지금 대답할 수 있다고 확신해. 네가 내게 선택권을 준다면 PSM 가는 것이 내 최종 선택이야"

 

물론 그가 진정 원했던 대답은 아니었다 (진즉에 이 질문은 답정너였음을 알기에)

어쨌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내 진심을 충분히 그리고 강하게 전했다고 믿는다

엎치락뒤치락, 요 2주간 마음고생을 해가며 결국 얻은 것이라곤

고민'은' 해보겠다는 팀장의 답변과 역시나 외국인인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이 나라엔 0.0001도 없다는 것

 

그 와중에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나를 KOC로 데려온 PSM 팀장은 (감사하게도) 나를 여전히 원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요청해주고 있고 

어찌 됐든 3년을 채우면 (고로, 이제 일 년 여정도 기다리면) PSM에서 일할 수 있다는 확답을 해주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인샬:라], 그저 기다림 뿐이다  

 

물론 언제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르는 이 곳에서

아무것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너무 잘 알지만,

스스로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은 건지도

 

 

운명이, 인생이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싶을 때가 있었다
노력이, 결실이 뭔가를 바꾸리라 확신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와 생각하면 어쩌면 그 모든 것이 내 인생을 풀어가는 단지 과정에 불과했던 건 아닐까 결국

 

Fuction의 정의

(사람 사물 제도 등의 고유의) 기능, 작용, 효용, 직무, 구실, 역할 
혹은
함수(函數), f(x)=y=x+1

(뼛속 깊이 지독히도 공대생의 사상이 밴,) 내겐 Fuction은 전자보다는 후자에 가깝다 

우리는 누구나 운명이라는 함수의 굴레에 허덕이는 나약한 존재다

정해진 방정식에 그네들의 사상과 생각들을 조건화시켜 끼워 맞추곤

하나의 답을 얻기 위해 문제를 풀어가는 모습이
 

운명이 하나의 답을 가진 방정식이고, 우리가 그 운명의 순리대로 따른다는 것이

어쩌면 가장 편리한지 모른다 답이 하나인 함수에 수많은 물음이 속시원히 해결된다면

 

그러나 인생이라는 녀석은 단순해 보이나 생각보다 복잡한 놈이라 쉬이 풀려해도 풀어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사는 묘미
 
아무리 벗어나려 발버둥 쳐도 여전히 헛걸음질 한채 제자리를 맴돌듯
여전히 우리 인생은 운명의 함수 속에서 굴러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의 답을 찾기 위해 우리가 살고 있다면 그보다 더 많은 두세 개의 답을 발견해 나가주리

그것이 내가 인생에 의미를 두는 이유다

 

여러모로 우리 인생에서 function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중요하다

후자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전자의 의미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어떤 기능(function)을 발휘할 줄 알고, 제 기능을 하는지 그것을 기준으로

자신이 원하는 변화를 일삼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베어 나오고, 겉에 베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면,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예기 중용 23장

 

어딜 가나 동전의 양면처럼 내게 있어 득과 실이 늘 공존하는 법이고

이다지도 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내게 늘 좋은 일 혹은 나쁜 일만도 일어나지 않는 법이다

다만 득과 실의 밸런스를 잘 맞춰 나가며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일할 때는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주어진 일에 집중하며 제 기능(function)을 다하고,

쉴 때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서 제 기능을 돌보고 살피며,

일은 일대로, 연애는 연애대로 그 어느 작은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정성을 다할 것이다

내 인생 3막 4장, 또 다른 새로운 변화를 꿈꾸며

 

문득

지난 휴가, 그 어느 여름날의 그때의 빗소리가 시원하게 내게 말해주는 듯했다

힘내. 넌,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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