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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는 2월 25일, 26일 독립기념일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휴일이지만 전날 팀장님이 보내온 메일 덕분에 KOC에 지원한 한국인 세이프티 엔지니어들의 이력서를 보는데 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특히나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한 후보들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을 물어왔고, 같은 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던 동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실제로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했는지, 어떤 업무들을 주로 맡아왔는지 너무 뻔히 잘 알고 있었기에, 정직한 이력서에는 좋은 평으로 답할 수 있었다.

반면, 전혀 그 업무를 수행한 적 없음에도, 기재된 교육을 실제로 수료한 적 없음에도 버젓이 본인의 업적이라며 거짓으로 포장된 이력서도 있었다.

솔직함이야말로 안전 엔지니어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내게 EPC(여기서 말하는 EPC란, Engineering, Procurement, and Construction의 약자를 따서 부르는 것인데요. 말 그대로 플랜트에서의 설계 및 자재조달, 시공까지의 전 과정을 수주하는 것 입니다.)사에서 안전 엔지니어로 일할 당시 고객사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사실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PC에서 일할 당시엔 안전이라는 개념이 “Operator (공장의 운전 책임자, 결국 사람)”에 집중되기보다는 “예산 절감”에 가장 큰 초점이 맞춰지는 느낌을 지우지 못할 때가 많았다.

만약 사람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면, 정해진 input data로 모델링 결과값을 내게 들고 와선 그 값을 다짜고짜 줄여달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주가 업인 EPC입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임을 아예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가치를 생각하는 우선순위의 차이일 것이며, 그 차이는 누군가에 강요할 수도 없고, 그 기준도 저마다 다른 것뿐이다.


허나 기본적으로 거짓은 정직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일뿐더러 내가 생각하는 안전이라는 바탕에는, 거짓말이 용인되어서도, 허용해서도 안 된다. 안전을 업으로 삼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안전 엔지니어라면 더더군다나, 작은 거짓말일지 언정 그 자체로 기본적인 애티튜드, 됨됨이, 나아가 그 사람의 신뢰도로 평가된다.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 요인을 알고 있음에도 이 정도쯤은 괜찮겠지라는 안일하고 가벼운 생각이 대부분의 대형사고를 초래하는 주범이듯 말이다.

당장 눈 앞에 원하는 것을 얻고자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는 것은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들이나 하는 미시적인 눈가림, 꼼수일 뿐이다. 운 좋게 서류에서 합격한다 해도, 어차피 면접에서 모든 것이 드러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진실된 모습, 진정성 있는 모습을 내비치는 것이 면접관들에게는 백만 배 이상의 효과 혹은 그 이상의 인상을 남긴다.

세상은 너무나 좁고 거짓은 어떤 형태로든 결국 들통나게 되어있다. 그 후 폭풍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라는 이름의 화살로 되돌아오기 마련이다.

바른 이력서를 쓰자. 내가 걸어온 이력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경력을 절대 거짓으로 꾸미는 법이 없다. 잡다하고 시시콜콜한 내용도 필요 없다.

정말 자신 있고 당당한 사람은 애써 본인이 하지도 않은 내용을 거짓말로 포장하며 자기 PR을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정직하게 어필하고도 떨어졌다면, 그에 실망할 이유도 없다. 실패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정직하게 내 것으로 만들고 보강하여 다시 도전하면 된다. 적어도 이 것이 동일 출발선 상에서 정직한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결국 스펙보다 진정성이다. 결국 스펙보다 열정이다. 거짓의, 거짓에 의한, 거짓을 위한 뫼비우스 띠처럼 그 끝을 모르는 거짓말로 나를 포장하는 시간에 내가 얼마나 진실된 진정성을 가지고 지금 도전하고 있는 것인지, 내가 나의 이력서 중 어느 부분을 활용하여 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이 회사에서 이토록 열정적인 나를 뽑을 수 밖에 없도록 그들을 설득시키는 것, 중요한 것은 그것이다.



* Min작가님은 현재 쿠웨이트 국영 석유 회사 (Kuwait Oil Company, KOC)에 한국인 유일한 여성 엔지니어 (Safety Engineer)로 재직 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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