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안에 주말을 반기는 따사로운 빛을 담으며 걷는 퇴근길
나는 읽고 싶은 책과 쓰고 싶은 글에 대해 생각한다
시간이란 한 순간의 주저함도 없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다
나는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무엇이 되기 위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봄날에 흩날리는 꽃가루만큼 세어지지 않는 생각들
남들 앞에 쉬이 내비치기 어려운 상처들
잔잔하다 못해 징그럽게 묻어나는 이 곳의 단조로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위태한 의지들
문득, 이 허여 멀 건한 피부 안에 가득 찬 것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시간은, 삶은, 결코 내게 다정하지 않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야 한다
아직은 명쾌하게 드리우지 않은, 나만의 '무엇'을 찾아서
나는 끊임없이 살아가야 한다
넘어져 피로 얼룩진 무릎을 끌어안고도 결코 울지 않는 한 아이
쭈글쭈글 한 피부, 금세 쓰러질 것 같이 위태로운 연약한 몸으로도 제 자식의 갓난아이를 돌보는 한 노파
나는 울음을 쉬이 내뱉지 않는 강한 아이이면서 동시에 이미 오랜 생을 살아 겸허한 노파로 살겠다
움켜쥐고 있어도 결국 흐르리라
끊임없이 붙잡고 있어도 놓아야만 한다
손 안의 얼음처럼 천천히 그 형태를 잃고 결국은 흘러가고 말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노력하고 좌절하고 그리고 또 견뎌내는 것
충만하지 않아도 좋다
꽃 한 송이만 있다면 쓸쓸한 황무지라도 끌어안고 살겠다
황홀한 로맨스만 있다면 스쳐 지나가는 많은 인연들이 남기는 상처도 슬픔도 괴로움도
그저 행복이라 여기며 살겠다
나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여행을 시작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나를 찾아오겠지
기대와 두려움
설레임과 각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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