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생각을 그리고 너를,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이 막 넘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모든 게 낯설고 긴장 투성이었다. 비록 아르바이트지만 나는 이 곳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여기서 꽤 오래 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앞으로 오래 볼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첫인상에 더 신경 썼다. 무조건 친절하게, 잘 웃고, 상냥하게.
내가 일하는 곳은 서비스직이었는데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만 7~10명 정도 있었다. 그동안 나는 1년 정도 백수로 지내면서 집에만 있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설레고 두려웠다. 그곳에는 보통 나보다 나이 어린 친구들이 더 많았지만 원래 사회에서는 경력이 먼저였다.
나는 나이와 상관없이 쫄래쫄래 따라다니며 일을 배우고, 최대한 아르바이트생들과도 잘 지내려고 노력했다. 별로 웃기지 않는 이야기에도 웃고, 관심 가지 않는 주제에도 신기하다는 듯 리액션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나니 거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다.
어떤 한 아르바이트생이 나와 조금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나에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험담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그런 티도 마음대로 낼 수 없었다. 나는 그곳에 적응해야만 했다. 그래서 정작 나는 그 사람을 별로 싫어하지도 않았는데 매일 험담을 들어야만 했고, 작은 일에도 툭하면 그만두겠다고 어리광 부리는 응석에도 나는 그 친구에게 늘 미소를 지으며 다독여주어야만 했다.
나는 내 생각을 꾹 참았다. 솔직히 마음 같아선 “괜히 저한테 그렇게 뒷담화하지 마시고 그 친구에게 불만 있으면 가서 대화로 푸세요” 라든가 “그렇게 일이 하기 싫으시면 매일 불평불만 많은 표정과 말로 저까지 힘 빼게 하지 마시고, 차라리 그냥 진짜 일을 그만두세요”라고 말해버리고 싶었다.
내 생각대로, 확 질러 버리고 싶은 말들을 나는 몇 번이고 꾹 참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 비위를 적당히 맞추어 주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나는 내 행동을 곱씹은 채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나는 사람을 대할 때 어디까지 내 생각을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회생활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항상 그 경계가 모호해 힘들었다. 나는 정말 듣기 싫은 말이었는데, 그 친구는 그냥 웃으면서 하는 농담이라는 걸 알기에 내가 어디까지 화를 내고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괜히 화 한번 잘 못 냈다가는 까칠하고 예민한 아이라는 평가까지 듣게 될 것 같았다. 그럴 때면 나는 항상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친구라지만 그럴 때면 나는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 걸까? 남에게 어디까지 참아야 착한 거고, 어디까지 참아야 바보가 되지 않는 걸까?
어디까지 내 생각을 말해야 똑 부러진 사람이고, 어디까지 내 생각을 참아야 현명한 사람이 되는 건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솔직하라면서, 항상 “불편한 거 있으면 솔직하게 말하세요”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자신은 남이 하는 말이 비판이어도 솔직하게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뜻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실제로 잘못 말했다간 괜히 밉상으로 찍히는 지름길이 될 뿐이라는 걸 모든 사람은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사람을 대할 때 내 생각을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지 몰라서 결국엔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참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그럴 때면 내 마음에게 늘 미안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내 행동을 항상 후회해야만 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최소한 동조하지는 말자고. 내 생각을 그때그때 다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지만, 남들이 하는 생각이 나와는 다른데 적으로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억지로 내 생각까지 바꾸어 그곳에 맡게 끼워 놓지는 말자고 말이다.
나에게 아무리 싫은 사람에 험담을 해도, 내 생각이 그렇지 않다면 절대 웃으며 맞장구치거나 같이 욕하진 않을 것이다. 친구가 나에게 듣기 싫은 농담을 던질 때, 그만하라고 화 조차도 쉽게 낼 수 없는 분위기라면 최소한 그 농담에 나만큼은 웃지 않고 그 분위기에 동조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사람은 느끼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정말 눈치가 너무 없어서 그 사람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이 행동이 내 생각을 모두 다 말하는 길은 아니지만, 최소한 내 진짜 마음에게 덜 미안해지는 길이 될 것 같았다.
은혜작가님의 더 많은 글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