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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어른으로 걸어가기 #01


학교수업_ 제일 싫은 나머지 수업

 

학교 다닐 때 나는 공부를 지지리도 못하는 학생이었다. 하지만 같이 놀았던 내 친구들은 나와 달리 공부를 항상 잘했다. 늘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친구들이 꼭 몇 명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공부를 못한다는 사실이 친구들에게, 그리고 부모님에게 창피할 때가 많았다. 특히 학교에서 성적별로 반을 나눌 때나 나머지 공부를 해야 할 때는 그 창피함이 더 커졌다. 그런데 지금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공부를 못하는 게 과연 창피한 일이 되는 걸까? 물론 어디 가서 크게 자랑할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들보다 많이 부족한 것처럼 위축될 필요가 있었는가 싶은 것이다.  

 

학교는 마치 이 세상이 공부가 전부인 것처럼 공부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분명 공부를 잘하면 내 인생에 플러스가 되긴 하겠지만 공부가 전부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만약 공부가 전부라면 서울대에 간 친구가 왜 자살을 하고, 왜 서울대까지 갔는데 취업을 못하겠는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문제를 공부와 시험에만 놓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어른들 역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학생들이 그렇게 어른들이 바라는 것처럼 공부를 다 잘할 수 있는 친구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공부는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매력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공부는 못할지언정 체육을 잘할 수 있고, 미술을 잘할 수 있고, 음악을 잘할 수 있다. 또, 내가 아직 잘하는게 없다면 내 성격에서 장점과 매력을 찾을 수도 있다. 누구는 사교성이 좋아서 금방 친구를 사귈 수 있고, 누구는 남들을 웃기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이거 하나만 제대로 발전시켜도 사회에서는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나만의 색깔과 매력은 아무리 공부 잘하는 친구라고 할지라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것이다.

 

학교 다닐 때 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오로지 학교에서 나누어 주는 성적표에 순위만이 내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성적표를 받으면 창피해서 가방 속 안으로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물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겠지만 공부를 잘한다고 교만할 것도, 공부를 못한다고 창피해할 것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곳에선 비록 네가 하위권에 가 있을지라도 다른 곳에선 네가 그 친구보다 더 상위권 반에 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만약 지금의 내가 그때 당시에 열등반에 앉아 있던 어린 나를 만날 수 있다면, 조용히 다가가 머리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공부 좀 못한다고 창피해하지 마. 그리고, 네가 밤마다 쓰고 있는 그 소설을 계속 꾸준히 썼으면 좋겠어. 혹시 모르잖아? 먼 훗날 너에게 꼭 필요한 밥줄이 될지. 공부 못해도, 대학 못 갔어도, 너는 충분히 잘 살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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