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특별하지 않다.” 분명 이상한 주문인데, 나를 더 성장시켜주는 더 이상한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내가 생각하건대 나에 대한 모든 문제는 ‘내가 특별하다’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오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나는 내가 남들과 조금은 다른 줄 알았다. 나는 그 탓을 부모님께 슬쩍 돌리고 싶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툭하면 “은혜야, 넌 머리가 정말 좋아. 네가 성적이 안 좋은 건 노력을 안 해서지, 노력만 하면 금방 누구보다 잘할 수 있어.”라고 자주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어렸을 때 조금은 그 말을 믿었던 것 같다. 나는 남들보다 더 똑똑하고, 조금은 더 특별하다고. 사실상 어렸을 때 그런 이야기 한 번 안 들어 본 자식이 없는데 말이다.
특별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지만, 가끔 나를 이상한 꿈의 세계로 데려다주는 것 같았다. 엄마가 ‘너는 정말 머리가 좋아’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나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고, 노력하지 않고도 쉽게 얻어지는 무언가를 꿈꾸었다.
그런 생각은 참 달콤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나를 쉽게 무너트렸다. 그리고 내가 노력하지 않은 것을 탓하기보다, 내가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이 없는 걸 탓하기 시작했다. 내가 특별하다는 말과 생각은 그만큼 나를 나태하고 어리석게 만들기 쉬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오히려 나는 내 자신이 남들보다 전혀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나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성공하기 위한 수많은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사는 지금, 오히려 내가 실패를 마주했을 때 전보다 더 마음이 편안해졌고, 그래서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가질 수 있었다.
보통 남들은 거울을 보며 ‘나는 특별하다’라고 주문을 건다.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도 이미 누군가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특별하고 소중하다. 살면서 그걸 잊지 않고 용기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능력치 부분에서 남들보다 얻어지는 특별함은 자칫하면 교만과 게으름으로 빠지기 쉬웠다.
무엇이든 그냥 노력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낮아져야지만 노력할 수 있었다. 만약 실패했을 때 내가 너무 많은 자존심이 상해 괴로웠다면, 내가 그만큼 교만했고 나의 능력치가 남들보다 특별했기만을 기대하며 과대평가했다는 것을 이 일에 실패 원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세상에 천재는 흔히 남들보다 특별한 능력과 재능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진짜 현명한 사람은 내 능력치를 따지고 의존하기보다 겸손과 노력을 더디 하지 않는 사람이라 믿는다. 남들보다 음식에 특별한 재료만 많이 들어갔다고 해서 무조건 그 음식점이 대단한 맛집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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