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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중반. 잘 다니던 회사를 돌연 그만두고, 프랑스로 퇴사여행을 떠났다. 실은 잘 다니던 건 아니었다. 마음속에 늘 ‘이게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소리가 웅웅거렸다. 겨우 1년, 그나마도 어렵게 취업난을 뚫고 들어왔는데 또다시 그만두다니. 다니는 동안에도 괴로웠고, 그만두고 나서도 괴로웠다. 

 

멋지게 살겠다 하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왜 이렇게 남들 하는 만큼도 못하는 걸까. 이제 신입으로 들어갈 나이도 아닌데, 경력은 부족하고. 이제 어쩌지. 여행을 떠나는 공항에서조차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이 가득했다. 회사라는 곳이 싫어서 뛰쳐나왔으면서 또다시 회사라는 곳을 못 들어갈까 봐 걱정하는 꼴이라니. 내 사고는 그만큼이나 굳어져있었다. 다른 생각을 할 줄 몰랐다. 

 

막연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느라 긴 비행시간 내내 잠도 오지 않았다. 여행에 대한 설렘보다는 돌아올 때쯤은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답을 찾아야 된다는 강박이 더 심했다. 안타깝게도, 그 강박은 일자리에 대한 고민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요즘처럼 불안정한 시대에 직업과 진로만큼 중요한 주제가 어디 있을까. 근데 너무 이상했다. 그런 고민을 하면 할수록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여전히 낭만을 붙잡고 살고 싶은 건가. 들끓는 20대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은 건가. 혼란스러웠다.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고, 다양한 삶을 접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도 내 삶을 좀 더 유연하게 꾸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늘 비슷한 사람들 틈에서, 비슷하게 살아가는 모습만을 보고 자란 나는 다른 삶을 상상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몇 개 안 되는 모범답안 안에서만 맴돌았고,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자꾸 방황했다. 

 

직업, 진로를 생각하기 이전에 손에 든 선택지를 늘리는 게 필요했다. 한 번쯤은 새로운 상식에 머리를 푹 담가보고 싶었다. 제 때 취직하고, 제 때 결혼하고, 제 때 아이 낳고 살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떠들어대는 내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 일에 대한 신념이나 소명이 아니라 남들에게 인정받을 만한 직업과 간판에 집착해대는 내 사고방식도 바꾸고 싶었다.  

 

주관이 확실한 사람들은 환경 탓 하지 않을 테지. 그들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자기만의 속도로 자기 삶을 꾸려간다. 그러나 나는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탓에 주변 소리에 자주 휘둘렸고, 언제부턴가 누가 내게 요구하지 않아도 내 스스로 제 때를 놓치면 큰일날 것처럼 불안해 했다. 서른이 가깝도록 여전히 이렇게 살다니.  앞으로도 계속 이 선 안에 머물 것인지, 선 바깥으로 나올 것인지 결정이 필요했다.  

 

수년째 환경을 바꿔보고자 생각만 했던 나는, 퇴사 후 손에 쥔 게 전부 없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결심이 섰다. 선 바깥으로 나가보자. 바깥에서 내가 찾던 다른 삶을 만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단 해보자. 그렇게 나는 몇 년간 미뤄왔던 유학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유학, 워킹홀리데이, 이민, 해외취업 등 해외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시대다. 차근차근 준비를 잘 마쳐 좋은 조건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고, 한달 치 생활비만 들고 조금은 무모하게 부딪쳐보는 사람들도 있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도전하는 사람도 있고, 마흔이 넘어서 도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나의 유학 자체는 크게 특별한 일이 아니겠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생각과 감정들은 나처럼 주저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 싶어 구구절절 적어 놓기로 했다. 이 유학기의 결말은 어떻게 끝날까. 나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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