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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얼마 전부터 바리스타 일을 시작했다. 매일같이 커피전문점을 드나드는 나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동생 일하는 것도 보고 커피도 한잔 할 겸 동생이 일하는 커피전문점에 들린 적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왜 이렇게 사람들이 테이블도 더럽게 쓰고, 바닥에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던지.


그 전날, 마감 청소가 엄청 힘들다고 투덜거리던 동생이 생각나서인지 그날따라 유난히 바닥에 굴러다니는 영수증, 제대로 분류되지 않은 일회용 컵들이 자꾸 눈에 밟혔다. 평소에는 보이지도 않던 것들이.



나는 얼마 전부터 한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일을 시작한 지 2주일이 지난 어느 월요일,
내가 입사한 후로 새롭게 채용된 정규직 신입사원들이 임명장을 받는 모습을 보면서 참 표현하기 어려운 기분이 들었다. 주변을 휘 둘러보니, 나처럼 표정이 밝지만은 않은 사람 몇몇이 보였다.


취업준비할 때, 주변 사람들이 비정규직으로 시작하면 그만큼 서러운 일 많다고 하는 소리가 단순히 고용 불안정성, 임금차별, 승진 불가 등 외적인 면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내가 내 커리어패스에 자신이 있고, 목표가 명확하다면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난 당당하리라 믿었는데, 막상 내가 그 입장이 되보니 설명하기 어려운 서러움 같은 게 느껴졌다.


내가 처음부터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했더라면,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화 발언에 연신 눈물을 훔치던 비정규직 직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이런저런 경우를 빗대어 생각해보니
내가 얼마나 역지사지가 안 되는 인간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동생이 커피숍에서 일하기 전까지 내 컵은 알바생이 으레 치우겠거니 했던 것처럼, 취업준비생과 비정규직 신분을 두루 거치지 않았다면 나는 취업에 얽힌 이 아픈 사연들을 가벼이 여기거나 혹은 내가 속한 한 쪽의 입장만을 두둔하며 열을 올렸을지도 모른다.


유례없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 중 한명으로서 그 고통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차별과 수치를 안고서라도 자리를 지키고 싶은 비정규직 중 한명으로서 그 설움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나는 그 어떤 입장의 사람에게도 역지사지를 하라 이야기해 줄 수가 없다.


우리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역지사지라는 건 어쩌면 도달할 수 없는 이상향을 상상해보라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좌절과 고통을 포함한 풍부한 경험이 사람을 깊이 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경험을 통해서야 우리는 역지사지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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