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30일의 일기.
01.
요 며칠은 집에 올 때 울면서 집에 오곤 했다.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불안으로 둘러싸여 지하철에서 엉엉 울었다.
나의 일이 없다는 공허함.
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일을 좋아하지 않았고 사랑하지 않았다. 일은 곧 나였던 것이다. 하루 중 7시간 정도를 수면시간이라고 하면, 그 외의 10시간 이상을 일에 쏟아붓는데 그 일을 사랑하지 않고 싫어했다. 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를 겉도는 느낌이었다. 내 일이 아닌데 내가 억지로 하고 있는 느낌.
그랬더니 나의 일상을, 나의 하루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이다.
02.
결단이 필요했다.
사실 말이 결단이지, 정말 결정을 하고 대표님에게 말을 꺼내기까지 거의 한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너무 좋은 분이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되는 것 같은 마음과, 반대로 나의 일, 내가 마음 붙이지 않고 있는 일을 생각하면 또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그러다 불쑥,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대표님.. 저 이제 이곳에서 나오고 싶어요'
당장 무엇을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결정한 것들이었다.
03.
정말 감사하게도, 대표님께서 편의를 봐주셨다.
그래,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봐!
그리고 정직원이 된 나는 한 달 만에 나의 말도 안 되는 요구, 파트타임으로 바꿔달라는 나의 요구를 받아주셨다. 그리고는 두 달 쉬다가, 후회하면 돌아오라고, 받아줄 거라며 나를 다독여주셨다. 정말 감사해서 눈물이 날 뻔했지만, 나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만큼, 그동안 나의 갈증을 다 풀어보자 싶었다.
04.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두려워서 실행하지 못한 일은 무엇이더라..?
사실 언젠가 나만의 편집샵, 내가 큐레이팅 한 물건들, 나의 가치를 담은 물건들을 파는 상점을 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 그렇게 나의 가치에 공감하는 그런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그게 나의 꿈이었다.
그래서, 요즘 트렌드인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에서 일을 하며 배워보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지난 5개월 동안 일한 곳은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이자 카페&바를 운영하게 된 스타트업이었다. 사실 편집샵 업무를 더 하고 싶었는데, 부득이하게 나는 이전의 카페 경력이 있어 카페 쪽으로 더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하고 싶지 않은 업무에 너무나 지쳐가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닌데...
나에게 기회가 오기를 참고 기다리는 것이 나은가?
그리고 결국 그만둔 것이다.
06.
지난 5개월간의 경험이 전혀 헛된 경험은 아니었다.
오히려 내게는 너무나 필요했던 경험.
그전까지는 나 스스로를 엄청나게 가두고 있었다. 많은 것들이 무서웠으며, 사람들로부터도 작은 것에 상처 받고, 하루 12시간을 일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해봤다. 오히려 이런 경험이 쌓이자, 이제야 뭘 해도 이제 그냥 하기나 하면 돼!라는 마인드로 바뀌었다.
07.
수습기간에는 3개월간 120만 원이라는 돈을 받고 일했다. 물론 정직원 계약을 했을 때는 많이 올라갔지만, 3개월간의 경험은 나의 생각을 많이 바꾸어놓았다.
하루의 거의 절반을 일을 위해서 투자한다. 출근하는 시간 + 일하는 시간 +등등
그런데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아웃풋 - 나의 금전적인 보상은 왜 고정되어있을까?
그래서 지난 5개월간의 경험을 토대로 하고 싶은 것은 더욱 명확해졌다.
1. 돈에 대해 공부하기 그리고 돈에 더 이상 끌려다니는 삶을 살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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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여 돈을 벌고 싶다. 당장 생계 걱정에, 월급에 매여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은 나의 마음의 여유도 없어질뿐더러, 나의 삶이 더욱 힘들어졌다.
2. 공간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기.
예전부터 프리랜서로 살고 싶다고 했다. 한 공간에서 9-10시간을 갇혀있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건 내 성향인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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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하고, 몰입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나의 노력과 비례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것.
1년 안에 꼭 이뤄내겠다. 나도 1년 후면, 서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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