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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취업컨설팅 학원이나 취업컨설턴트들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스펙을 따지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되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교육수요가 급증한 덕분이다. 수요는 공급을 부르는 법이다. 고액 취업컨설팅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스펙 역전’, ‘기적의 자기소개서’ ‘면접의 진짜 공식’, ‘면접관을 홀리는 비법’, ‘뽑히는 면접 비결’ 등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는 광고를 앞세워 서류·필기·면접 등 채용의 모든 과정을 관리해준다며 취업 문턱을 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춘들한테 ‘억’ 소리 나게 비싼 돈을 받는다.  


 마치 취업준비생 버전의 드라마 <SKY 캐슬>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우리나라 사교육 현실을 고발한 드라마 <SKY 캐슬>에서 사교육 컨설턴트는 거액을 받고 맡은 학생의 학교생활부터 과외, 심지어 교우관계까지 관리해서 희망하는 대학에 합격하면 성공보수까지 받아 챙긴다.


 취업컨설턴트나 사교육 컨설턴트 죄다 ‘공포 마케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공포 마케팅은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잔뜩 움츠러든 사람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컨설팅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사교육 컨설턴트가 부모들의 욕망을 자극한다면 취업컨설팅은 취업준비생들의 절박한 처지나 불안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면접 지도 회당 40만 원’ 고액 취업컨설팅까지 등장... 

  2017년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취업컨설팅 서비스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따르면 서울지역 취업컨설팅 학원 10곳을 대상으로 비용을 조사한 결과 △자소서 3~4회당 20~25만 원 △인·적성검사 3~4회당 10~15만 원 △전공 등 필기시험 5~6회당 20~25만 원 △면접시험 3~4회당 30~35만 원으로 조사됐다. 부모님의 지원이나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는 결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가격이다.

 취업컨설팅 업체는 저마다 브랜드 1위, 취업률 1위, 최고의 파트너, 취업전문가, 전문 강사진 등의 문구를 앞세워 효과를 자부한다. 그러나 일부 수강생들은 상담 내용과 다른 수업내용으로 서류나 면접에서 이렇다 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후기글을 보면 좋은 내용밖에 없어서 걱정했는데, 역시나 수업내용이 상담 때와 달라 아쉽다”는 등의 후기글이 전해졌다. 환불 규정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취업컨설팅 불만유형 중 계약 관련 문제가 88.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계약 관련 소비자 불만은 업체의 환급 거부, 중도해지 위약금 산정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렇다 보니 취업컨설팅 업체는 취업이 간절한 취업준비생들의 처지를 악용한 마케팅으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처: 투데이신문 2020.2.15


 김기헌, 장근영 박사의 공저 <시험인간>은 시험 공화국 대한민국에 대한 비평적 고찰이다. 책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시험 만능주의를 우려의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저자들은 시험 만능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풍부한 사례들을 앞세워 “한국사회가 정답에 중독되어 있다”라고 통렬하게 꼬집는다. 책 속에는 저자들의 지적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례들이 가득하다. 


 ‘시험 만능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시험인간’이 되어버린 한국인들은 언제부터인가 마치 전과에서 정답을 찾듯이 인생에서도 특정한 정답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수험생은 진학컨설팅을 통해 진로의 정답을 찾고, 청춘 남녀들은 결혼정보회사와 웨딩플래너에게 결혼의 정답을 묻는다.


 또 직장을 다니다가 은퇴한 사람들은 제2의 인생설계를 위한 정답을 창업컨설팅회사에서 구한다. 심지어 장례를 치를 때는 상조회사가 정답을 알려준다. 한마디로 지금 대한민국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타인에게 인생의 정답을 묻는 ‘정답에 중독된 사회’다. 


 우리는 누군가가 알려주는 정답에 익숙하다. 필자도 학창 시절에 받은 국어교육은 교과서에 실린 소설이나 시의 한 구절에 밑줄 긋고 선생님이 불러주시는 해석을 열심히 받아쓰는 게 전부였다. 대학입시에 자주 출제되는 문제라며 선생님이 칠판에 적어주신 정답을 열심히 외우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요즘의 취업준비생들도 고민할 필요 없는 ‘정답’을 갈구한다. 똑 부러진 정답이 있는 입시처럼 취업에서도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 누군가 알려주는 대로 따라만 가면 된다면 취업의 실타래는 술술 풀릴 것이다. 덕분에 취업에 목마른 청춘들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취업컨설팅 시장은 순풍에 돛 단 듯 매년 급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삶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이 어려운 것은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모든 순간마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타인에게서 정답을 받아 적으려 하지 말고 각자 자신만의 의미 있는 답을 찾아내야만 하는 게 삶이다. 


 그래서 취업컨설팅 학원과 컨설턴트들은 ‘어그로 끈다’며 혀를 끌끌 차겠지만 할 말을 해야겠다. “취업의 정답을 알려달라”라고 호소하는 취업준비생들이 그토록 어렵게 구한 답도 결코 정답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서 취업컨설팅 학원이나 취업컨설턴트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면접에서 말할 내용을 암기해서 준비한다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지만 취업을 굳이 시험에 비유하자면 특정한 정답을 고르면 되는 선다형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내야 하는 주관식, 서술형 문제다. 애당초 자기의 이야기를 써야 하는 ‘자기소개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뽑히는 면접에 모범답안이 있을 수 없다.


 실제 첨삭을 받은 자기소개서나 취업컨설팅 학원 또는 취업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외운 대답은 너무 획일적이라서 도무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철저하게 훈련받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필자도 면접에서 종종 그런 지원자들을 만나게 된다.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어색한 ‘하이톤(high tone)’, 부자연스러운 미소, 면접관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지나친 ‘아이컨택(eye contact)’에 집착하는 지원자들이 너무 많다. 


 면접 때 지원자들의 모습은 어느 기업에서나 비슷하다. 마치 단체복을 맞춰 입은 것처럼 남자 지원자들은 하나같이 넥타이를 맨 블랙 정장, 여자 지원자들은 흰색 라운드넥 블라우스와 검은색 정장 치마를 입고 항공사 승무원처럼 쪽진 머리를 하고서 나타난다. 또 면접실에 들어서면 양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허리를 90도로 숙이면서 ‘배꼽인사’를 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안녕하십니까?”를 외친다. 남자도 화장하는 시대임을 실감하게 만들 만큼 다들 풀메이크업에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외모를 자랑한다.


 심지어 자세까지 똑같다. 자리에 앉으면 남자 지원자들은 어깨 너비만큼 다리 벌린 채로 허리는 곧추 세우고 가볍게 쥔 두 손을 바지 재봉선 위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또 여자 지원자들은 양손을 포개서 무릎 위에 다소곳이 올리고 다리는 무릎을 꽉 붙여서 완벽한 11자로 세워 앉는다. 외모도 자세도 워낙 비슷비슷하다 보니 면접관들은 오로지 수험번호에 의지해 지원자들을 구별하고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 


 취업준비생들이 돌려보는 무슨 공통의 매뉴얼이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다. 그런데 공통점이 또 있다. 대부분 별다른 특징도 끌림도 없는 자기소개를 그냥 달달 외우다시피 말한다는 것이다. 또 질문에 대답할 때는 무슨 발표하듯 지나치게 큰 목소리로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내용을 책 읽듯이 줄줄 풀어놓는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대충 얼버무리며 답을 한다. ‘정답(正答)’이 아니라 설령 생뚱맞더라도 나만의 ‘해답(解答)’을 고민해보라는 질문이었는데 지레 의기소침해져서는 면접시간 내내 풀이 죽어 앉아있다. 정답이 이름 그대로 문제를 풀 때 유일하게 정해진 답이라면 해답은 다양한 해결방안을 포함하는 의미다. 얼마든지 나만의 해답이 나올 수 있다. 아니 당연히 나와야 한다. 그러나 면접에서는 무조건 정답을 말해야만 한다고 배웠으니 달달 외워온 ‘면접 기출문제 OO선’이 아닌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질문에는 도무지 입을 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개성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판박이 지원자들을 보는 면접관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까? “같은 성형외과 출신의 성형미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우스갯소리가 현실화된 느낌이랄까. 자연스레 의문이 생긴다. 지원자들에게 예상 질문은 물론 모범답안까지 알려주는 시쳇말로 ‘족집게 과외’를 한다는 취업전문학원 또는 취업컨설턴트들이 “정말 면접이라는 현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기업에서 면접관을 해본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그들로부터 면접 고득점을 위한 질문의 핵심과 답변 포인트까지 전수받은 지원자들이 정작 실전무대인 면접에 와서 보여주는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워서다. 어쩌면 자칭·타칭의 수많은 취업전문가들이 쏟아내는 그럴싸한 담론이나 어설픈 훈수가 취업준비생들을 더 헷갈리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면접에서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무슨 수학공식처럼 누군가가 알려준 정답을 말하려고 애쓰는 지원자들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이 들 정도다.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은 분명 다른데도 어찌 된 영문인지 똑같은 대답이 나온다. 


그렇게까지 하나하나 머리로 암기하고 따라 하려 노력하는 이유는 자신의 대답이 정답에 가까울수록 합격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할 때는 당연히 정답이 존재한다는 전제 하에서다. 시험에 답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면접에도 답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접은 딱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시험이 아니다. 면접관과 지원자들이 오감(五感)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장(場)이 면접이다. 그런데 어떻게 틀에 박힌 정답이 있을 수 있겠는가? 빅데이터로 무장한 인공지능(AI) 면접관이라면 모를까?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면접에서는 정답도 족집게 비결도 있을 수 없다.


 회사마다 평가의 척도가 되는 인재상이나 기업문화, 필요로 하는 역량이 다르고, 심지어 같은 회사 내에서도 면접관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조직 안에서 쌓은 경력이나 각자가 생각하는 소위 ‘성공방정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답이 있다면 면접관의 수만큼 나올 것이다. 실제 지원자에 대한 평가에서 면접관들 간에 의견이 엇갈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사람을 보는 기준이 면접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면접에는 ‘국룰’이 없다. 흔히 취업컨설팅에서 합격의 비법처럼 알려주듯이 ‘OO경험(질문)’에 대한 답변 방향, 혹은 이 질문에는 이렇게 또는 이런 식으로 대답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애기다. 똑같은 질문이 주어지더라도 어떤 대답이 합격으로 이어지냐는 질문과 답변이 이뤄진 상황과 맥락, 또는 면접관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경우에 따라 다르다), ‘사바사’(사람 바이 사람·사람마다 다르다)인 셈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정답을 말해야 한다가 아니라 애초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맞다. 면접의 정답은 ‘신기루’가 아닐까 싶다. 존재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즉 실체가 없는 게 신기루다. 


 정답이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면 면접은 더욱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채용전형에서 탈락하셨습니다. 제한된 채용인원으로 인해 귀하와 같은 역량 있는 인재를 모시지 못해 죄송합니다”라는 비수처럼 가슴에 꽂히는 문장을 뛰어넘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가뜩이나 취업으로 힘겨워하는 많은 청춘들이 정답을 알려준다는 말에 이끌려 고액 컨설팅에 아까운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학창 시절 내내 선다형 문제의 정답을 고르는 문제풀이에만 익숙해진 탓이다. 


 또 일부 취업전문가들과 관련 서적들이 무의미한 정답 찾기를 부추긴다. 하지만 세상에 늘 옳기만 한 충고란 없다. 예컨대, 어떤 취업준비서들이나 유튜브에서는 ‘군대 경험’은 남자 지원자들에게는 너무 평범한 경험이어서 기업이 선호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흔해빠진 군대 이야기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얘기다. 군대 경험을 쓰면 안 되는 다른 이유를 대는 전문가들도 있다. 위계(Hierarchy) 중심인 군에서는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업에 어필할 수 있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모습을 보여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경험 자체로만 판단한 일이 아니다. “군대에서 행군하고 축구했다”는 진부한 내용만으로 채워진다면 식상할지 모르지만 군생활에서 가치관이나 진로에 대한 생각이 바뀌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마 군생활의 경험을 소재로 한 다음의 사례를 읽고 나면 누구나 “군생활에서 창의적인 경험을 했다”는 지원자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일 테다. 한마디로 지원자의 역량을 어필할만한 경험으로 손색이 없다. 


*10만 국군 훈련병에게 추억을 선물하다!(OO자동차 합격자) 

Q: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문제를 문제를 해결한 경험

“육군훈련소 본부 행정병으로 복무하던 시절, 훈련병들에게 메모장 겸 일기장으로 제공하는 <수양록>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자대에 배치되기 무섭게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모습을 보며 문제의식을 가졌습니다. 매년 10만 명 이상의 훈련병이 입소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쓰임새가 없는 수양록을 관행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틈틈이 시간을 쪼개서 개선방안을 정리했고, <국방경영효율화 아이디어 공모>에 수양록 개선 의견을 담은 제안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군 복무 기간 동안에는 일상을 틈틈이 기록하고, 전역한 후에는 군생활을 추억할 수 있는 ‘통합 다이어리’ 형태로 만들자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디어 공모 수상의 영예와 함께 육군의 모든 훈련병에게 지급하던 수양록이 제가 제안한 ‘통합 다이어리’로 바뀌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뿌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군생활에서 가장 큰 보람을 맛본 경험이었습니다” 


 군대 경험만이 아니다. “자기소개서 각 항목 별로 하나의 경험을 상세하게 쓰기보다는 2~3개 정도의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합격하려면 자기소개서 전체에 걸쳐 경험을 최소한 몇 개 이상 소개해야 한다” “지원동기를 작성할 때는 어느 정도 기간이 경과한 경험을 활용해야 고득점에 유리하다. 너무 최근의 경험은 급조한 듯한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장과정에는 스무 살 이후의 경험을 언급해야 한다” “갈등 해결 경험을 소개할 때 단순히 갈등을 봉합한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서 해결한 경험이어야 좋은 평가를 받는다” 는 식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마치 진실인양 떠도는 그럴듯한 공식들도 근거 없는 ‘카더라 통신’ 일뿐이다.


 핍진성(逼眞性·그럴싸함)은 높지만 그렇다고 '팩트(fact)'는 아니다. 누가 뭐라든 자기소개서에는 정답도 정해진 공식도 없다. 어떤 형식이나 소재를 활용해도 좋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지원자의 역량과 열정을 마음껏 드러냈는가다. 이렇게 취업정보에 목마른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떠도는 정보들은 막상 내용을 들여다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래 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가짜정보가 판을 치는 법이다. 하지만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이다. 잘못된 정보에 매몰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취업시장에 횡행하는 온갖 ‘뇌피셜’이나 ‘카더라 통신’은 귀에는 솔깃할지 몰라도 정작 취업준비에는 방해가 되기 일쑤다. 실제 부정확한 정보를 좇아 다니다가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불필요한 준비들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고 취업컨설팅 ‘무용론’을 말하자는 것은 아니다. “면접관을 1분 안에 사로잡는 방법” “100% 합격하는 면접 비결” “뽑고 싶어 안달 나게 만드는, 면접실에서 웃으며 나오는 면접의 기술” “면접으로 (스펙) 뒤집기” 등 광고에서 자랑하듯 어떤 경우에나 합격을 보장하는 만능이 아닌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좋은 길동무가 있으면 여행이 즐거워지듯이 취업이라는 여정도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는 좋은 안내자가 있으면 훨씬 수월해진다. 모르면서 혼자 낑낑대지 말고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보면 해결책이 나오는 법이다. 우리 주변에는 다른 사람의 숨겨진 재능과 적성을 알아보고 빛을 발하게 도와주는 눈 밝은 사람들이 있다.


 제삼자의 시각으로 취업준비생을 객관적으로 진단해서 보완할 점을 핀셋처럼 딱 짚어주고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맞춤식 조언까지 제공해주는 역량 있는 전문가를 만난다면 취업컨설팅의 순기능은 분명히 존재한다. 다만 지금처럼 단순히 컨설팅을 상품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컨설팅'의 본질을 고민해야 한다.


 명작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주인공은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다. 그런데 평생 불운의 그림자가 따라다니던 ‘고아 소녀’에게 어느 날 대학 진학이라는 행운이 찾아온다. 대학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줄 익명의 후원자가 나타난 것이다. 단 후원자에게 편지를 쓰는 조건이었다. 소녀는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후원자에게 제멋대로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여준다. 그리고 약속대로 밝고 씩씩한 그녀의 일상을 마치 친구에게 수다 떨듯 편지에 종알종알 풀어놓는다. 

 


 어릴 적에 <키다리 아저씨>를 읽을 때는 주인공 소녀에게만 눈길이 갔었다. 그러니까 필자에게 <키다리 아저씨>는 오롯이 세상과 당당하게 맞서 자신의 꿈을 이뤄낸 소녀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성장소설’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대상도 어디에 시선을 맞추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 보인다. 어느덧 ‘아저씨’ 소리가 자연스러운 중년이 되

고 보니 이제는 키다리 아저씨 입장에서 생각을 하게 된다. 소녀의 편지를 읽으면서 키다리 아저씨가 얼마나 행복했을까 싶다. 


 자신의 도움을 ‘디딤돌’ 삼아 하루하루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키다리 아저씨에게도 삶의 활력소이자 보람이었을 테다. 취업에 목마른 청춘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취업컨설팅도 기성세대에게는 키다리 아저씨가 느꼈을 보람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일 것이다. 필자도 은퇴 후에는 면접관으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취업준비생들을 돕는 일을 해보겠다는 로망을 갖고 있다.


 다만 문제는 취업컨설팅 만능론(萬能論) 혹은 취업컨설팅에 대한 맹신(盲信)이다. 비싼 돈만 들이면 무조건 컨설팅이 취업으로 이끌어 준다는 철석같은 믿음이다. 제아무리 전문가도 한순간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릴 수는 없다. 채용시장에서 활동하는 자칭·타칭의 수많은 취업전문가들도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개중에는 적어도 경험만 놓고 보면 취업준비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도 있다. 채용 담당자나 면접관으로 사람을 뽑아본 경험이 없기는 취업준비생들과 마찬가지라는 애기다.


 심지어 기업에서 일해본 적이 없는, 즉 직장 경험도 없으면서 버젓이 취업컨설팅을 한다고 해서 실소를 자아내는 경우도 있다. 어제까지 취업준비생이 오늘 난데없이 취업컨설턴트로 변신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아니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작금의 취업 사교육 시장이다. 


당신이 취업하지 못하는 진짜 이유

 “대다수의 학생들은 취업을 어려워한다. 이유는 취준생을 현혹하는 취업 컨설턴트, 멘토들에도 책임이 있다. 취업 경험도 없으면서 컨설팅과 모의면접을 진행하는 사람이 많다. 취업 포털 회사에 취업하면 신입사원도 컨설턴트가 돼 학생들을 코칭한다. 이미지 컨설팅이란 명목으로 ‘머리 묶어라’ ‘웃어라’ 등을 지시하면서 외형적인 모습이 취업의 기준이나 되는 것처럼 가르친다.

 이들은 학생들의 힘든 심리를 이용한 장사꾼인 경우가 많다. 대학교 내 경력개발센터의 상황도 열악하다. 취업 경험이 없는 교수들이 진로·취업 강의를 펼친다. 경력개발센터 계약직 직원들이 정규직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입사 서류를 첨삭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취업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다. 취업 컨설턴트와 현직 직장인 중 누가 더 취업에 대해 잘 알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출처: 머니투데이 2017.5.22  


 세상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치트키’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여러분의 취업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필자라고 별반 나을 게 없다. 그런데도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에 정답이 있을 것이다” “합격으로 이끌어 주는 비법이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취업컨설팅을 연신 기웃거린다. 마치 눈에 콩깍지가 씐 듯하다.


 사실 비법이나 비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대체로 두 가지 중에 하나다. 아무 생각 없이 곧이곧대로 믿거나 의심이 들더라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에 객관적 사실과 관계없이 그냥 받아들인다.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채 듣고 싶은 말을 듣고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심리학의 ‘동기화된 추론’(Motivated Reasoning)이다. 쉽게 말해 ‘믿고 싶은 대로 믿는 심리’를 말한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자.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어떤 ‘공식’처럼 풀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가 복잡해 보일수록 본질로 돌아가 차분히 따져보는 게 도움이 된다.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보자. 애초에 최고의 예시 답변, 모범 답변 같은 정답이 존재한다는 발상 자체가 터무니없다. 세상에 수많은 기업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기준으로 원하는 인재를 뽑는데 그걸 하나의 잣대로 재단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오만이 아닐까? 무지(無知)를 모르는 것이 오만이다. 알래야 알 수 없는 것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 오만이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취업준비생들을 합격시켰는지 성공담을 늘어놓으며 “무조건 이렇게 하면 합격한다”는 식으로 섣부른 충고나 조언을 쏟아내는 사람은 오히려 절대 경계해야 한다. 합격자 수를 정확히 확인할 길도 없지만 과연 합격이 오롯이 컨설팅 덕분인지, 지원자가 본래 실력이 좋았는지, 이도 저도 아니고 그저 운이 좋아서였는지는 더더욱 확인이 불가능하다. 


 한마디로 취업컨설팅을 통해 수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는 자랑은 진위여부를 떠나 논리학에서 말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기 십상이다. 한정된 사례나 경험만으로 전체를 판단하고 단정 짓는 데서 생기는 오류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일러주는 비법이나 비결에 휘둘리거나 얽매일 필요 없다. 단언컨대 취업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취업의 성공방정식은 나 스스로 풀어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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